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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몽살구클럽 - 한로로(뮤지션이 만든 소설)

북박이 2026. 8. 6. 11:04

(『자몽살구클럽』, 한로로 지음, 어센틱, 2025년 7월 25일 출간 · 소설 · 싱어송라이터 한로로의 첫 소설이자 동명 EP 앨범과 연결된 작품)

 


안녕하세요. 오늘은 노래로 먼저 마음을 건네 온 뮤지션이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들려주는 이야기, 한로로 작가의 『자몽살구클럽』을 조심스레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서정적인 노랫말로 오랫동안 청자들의 마음을 다독여 온 저자가, 이번에는 자신의 세 번째 EP 앨범과 같은 제목의 소설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이 소설은 각자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이유를 하나씩 품고 있는 네 명의 인물, 소하와 태수, 유민과 보현이 우연히 만나 '자몽살구클럽'이라는 비밀 모임을 꾸리면서 시작됩니다. 이들은 서로에게 이십 일이라는 유예 기간을 건네고, 그 시간 동안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씩 찾아보자고 약속합니다. 거창한 해결책이나 완전한 구원을 그리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벼랑 끝에 선 마음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조금 더 버텨보자고 다독이는 과정을, 이 책은 담담하고 정직한 문장으로 그려냅니다.

 

가장 마음을 오래 붙든 것은, 네 사람 중 한 명을 끝내 지켜내지 못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은 이들은 죄책감과 슬픔 속에서도, 그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끌어안은 채 다시 살아가기로 마음먹습니다.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어쩌면 냉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진실을 이 소설은 피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진심으로 다가왔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는 누군가 대신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스스로 더듬어 찾아내야 하는 것임을, 그리고 그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문장 곳곳에서 뮤지션 특유의 리듬감과 서정성이 느껴집니다. 설명하기보다 보여주는 방식으로, 인물들의 여린 마음을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다루는 저자의 태도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신파로 흐르지 않고, 끝까지 인물들의 존엄을 지켜주는 시선이 이 소설을 오래 곁에 두고 싶게 만듭니다.

 

지금 마음이 조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계신 분이라면, 혹은 곁의 누군가를 어떻게 다독여야 할지 고민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짧은 소설이 작은 위로의 손길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름밤, 창문을 열어두고 천천히 이 책과 함께 숨을 골라보시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에게는 오늘, 살아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보태준 존재가 있으신가요? 댓글로 조심스레 이야기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상 깊었던 한 문장

"우리라는 아스피린은 효과가 없었다."

 

떠난 이를 향한 죄책감과 슬픔을,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 문장입니다.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는 다 막을 수 없었던 마음의 무게가, 이 한 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 줄 요약

살아야 할 이유는 누군가 대신 찾아줄 수 없지만, 곁을 지켜주는 존재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버틸 수 있습니다.


저자의 다른 작품

『자몽살구클럽』은 한로로 작가의 첫 소설(단행본)입니다. 아직 다른 출간작은 없지만, 동명의 세 번째 EP 앨범을 비롯해 싱어송라이터로서 발표해 온 음악들이 이 소설과 같은 결의 정서를 담고 있어 함께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